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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유해물질 및 환경피해

환경상식 톺아보기 - 오염시키고 나 몰라라 미군, 책임 못 묻고 쉬쉬하는 정부

오염시키고 나 몰라라 미군, 책임 못 묻고 쉬쉬하는 정부

이동수

 

인터넷한겨레, 환경상식 톺아보기.  2015. 05. 18

미군은 SOFA에 기대어 무책임하고 비협조적, 정부는 오염자 부담 원칙도 포기할 판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과 퍼내 연료로 쓸 만큼 심각한 유류오염, 비공개로 문제 키워

 

01643973_R_0.JPG » 반환된 미군기지는 종종 맹독성 물질과 함께 퍼내 연료로 쓸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기름으로 오염돼 있기도 하다. 2007년 6월 파주 월롱면 캠프 에드워드의 토양에서 채취한 유류. 사진=이종근 기자

  
지난 3월18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반환 미군기지의 오염정화는 “기본적으로 정화가 핵심으로, 누가 정화하느냐는 두 번째 문제”라며 그동안의 환경부 입장과는 상반된 의견을 밝혔다. 우리가 부담한 비용이 이미 막대하고 시간이 갈수록 그 액수도 증가하는 마당에, 환경문제 해결의 기본인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2011년 경북 왜관의 캠프 캐럴과 주변 지역은 발칵 뒤집혔다. 흔히 인류가 알고 있는 가장 맹독성의 화학물질이라고 알려진 다이옥신으로 인해 기지와 주변지역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그 다이옥신의 출처는 월남전에서 미군이 사용한 제초제(고엽제)인 ‘에이전트 오렌지’이며, 고엽제가 예전에 한국에서도 사용되었고 일부는 캠프 캐럴에 매립되었다는 것이 퇴역 주한미군들의 증언에서 밝혀졌다.

 

전 국민의 관심과 요구에 못이겨 한·미 합동 조사위원회를 만들고 오염 여부를 조사한 결과 다이옥신 못지않게 악명 높은 다수의 독성화학물질로 터가 오염이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염도 또한 현재까지 알려진 국내 어디보다도 높았다.1)

미군의 증언과 조사 결과 밝혀진 환경오염에도 고엽제 드럼통의 매립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 결과는 흐지부지되었고 어떤 후속조처가 진행되고 있는지 이제 아무도 모른다.

 

2012년 인천시 부평구의 캠프 마켓 주변지역의 토양 오염에 대한 세 번째 조사가 이뤄졌다. 한때는 캠프 마켓의 터였던 곳으로 유류와 휘발성 유기오염물질, 그리고 중금속의 오염이 심하다는 사실은 그 이전의 두 차례 조사에서도 이미 거듭 확인된 적이 있었다.

 

03931260_R_0.jpg »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캠프 마켓 담벼락과 부대 안으로 통하는 선로 사이에 파와 콩 등을 심은 텃밭을 가꾸고 있다. 주민들은 기지 오염 사실을 모르고 장기간 채소를 길러 먹었다. 2011년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 세 번째 조사는 왜관의 캠프 캐럴에 매립됐던 고엽제 드럼통이 반출됐을 법한 곳으로서 캠프 마켓이 떠올랐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었다. 유류와 중금속뿐만 아니라 다이옥신이나 그와 유사한 일부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조사 결과 심한 유류와 중금속 오염이 다시 확인됐으며, 일부 지점에서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수준의 다이옥신 오염도를 보였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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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참고문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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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고문헌 2
 
2002년 서울 녹사평역 주변지역의 유류오염, 캠프 킴 터 경계선 인근지역의 유류오염, 2006년 부산의 미군 폐품 처리기지(DRMO), 2009년 춘천의 캠프페이지, 2011년 동두천의 캠프 캐슬 등 미군기지의 토양오염사례는 반복적으로 확인되어 왔다.
 
전반적으로 미군기지의 오염은 대단히 심각한 수준으로서, 대표적 오염물질인 석유계 총탄화수소(TPH)는 기준치를 수십배 초과하기 일쑤이며, 독성 중금속, 발암물질인 벤젠과 트리클로로에탄(TCE) 등 유기용제도 기준치를 몇배에서 몇십배가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1~5)

 
유류오염이 심각했던 평택의 한 미군기지 주변 주민은 새어나온 기름이 물 위에 수십㎝가 넘는 두께의 층을 형성해서 그것을 떠다가 연료로 사용하곤 했다는 경험을 얘기할 정도이다.  
 
01646569_R_0.JPG » 경기도 파주의 반환 미군기지 캠프 자이언트 지하수층에서 채취한 기름층. 오염층의 두께를 짐작할 만하다. 2007년 국정감사 현지조사 때 촬영한 것이다. 사진=류우종 기자 
  
환경오염은 예방이 가장 좋지만 이미 일어났다면 실태를 잘 조사해서 오염 원인자는 최대한 오염발생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상식이자 법이다.
 
그러나 그동안 미군의 태도는 “혈맹”이라고 부르는 관계가 무색하게 2001년에 양해된 “KISE (Known Imminent and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 알려진 급박하고 실질적인 건강위험)의 제거” 조항 뒤에 숨어서 무책임과 비협조로 일관했다.
 
우선 빌려쓰는 기지를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시키고, 오염이 발생한 이후에도 오염을 정화하고 환경을 복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후 수습에도 무책임하다. 기지 내부는 말할 것도 없고, 기지 밖 인접지역의 오염이 기지 내의 오염원 때문에 발생한 것이 모두에게 명백하게 밝혀졌는데도 오염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취하지 않는다.
 
또한 기지 반환과정 시 법에 따라 미군이 취한 정화작업은 부실하기 짝이 없어서 대다수의 미군기지는 반환 후에 우리 정부의 예산으로 정화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 그렇게 정화작업을 한 곳이 2011년까지 16개소이고 거기에 쓴 국방부의 예산이 대략 1500억원이다.6) 물론 정화비용은 앞으로 더 늘어나서 3000억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군은 또한 조사에 비협조적이고, 실태파악에 필요한 자료의 공개에도 인색하다. 예를 들어 캠프 캐럴의 경우 오래전부터 자체적인 조사에 의해 기지의 토양오염이 심각함을 알고 있었고 동시에 오염이 기지 밖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입을 닫아 문제를 키웠다.
 
그런데도 주변 지역을 오염시켜 일으킨 피해에 대해서 실질적인 보상은커녕 도의적인 사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오염을 합리화시킬 수 있는 나름의 법적 근거와 방패막이를 소파(한·미 주둔군 지위협정, SOFA)에 마련해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04060031_R_0.jpg » 불평등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사회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사진=김봉규 기자


미국의 무책임함은 대단히 소극적인 우리 정부의 자세와 맞물려 있다. 오염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고 기지 터를 인수한 뒤 우리의 세금으로 정화작업을 하며 그나마 정화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상세히 공개한 적이 없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국과 5개의 미군기지(캠프 호비 사격장, 캠프 이글, 캠프 롱, 부산 DRMO, 캠프 캐슬)를 두고 반환협상 중 부산 DRMO와 동두천 캠프 캐슬의 토양오염을 아예 우리 정부가 맡아서 정화하기로 하였다.7) 
 
이는 어렵사리 합의한 공동환경평가절차(Joint Environmental Assessment Procedure)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결정이며 더 나아가서 그동안 환경부가 견지해 오는 듯했던 오염자부담원칙을 공개적으로 포기한 것임과 동시에 미군주둔의 필요성을 주장, 관철한 과정에서 발생한 국민의 피해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이다. 
 
미군기지의 오염문제를 정의롭고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대로 된 조사와 그 결과의 정확한 해석이 필요조건이라면, 그를 근거로 직접 오염의 피해를 입은 주변지역 주민과 국민을 대표하는 우리 정부와 미군 혹은 미국정부 간의 합의가 충분조건일 것이다.
 
환경오염을 둘러싼 갈등은 본래부터 간단치가 않다. 특히 미군기지 오염은 양국 정부가 내세우는 국방, 외교, 안보 등의 기세에 짓눌려 제대로 된 협상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짐작이 든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소극성을 참다못해 시민사회단체들과 일부 정치인이 소파의 개정 요구 등 문제제기를 해온 것은 위에서 말한 충분조건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다. 2009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공동환경평가절차는 이러한 노력의 한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는 오염조사 과정이 얼마나 충실하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별로 문제제기가 없었다. 그러나 그간의 오염조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온 경험에 비추어 대부분의 오염조사가 적절하거나 충분히 이루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03959447_R_0.jpg » 2011년 6월23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캠프 캐롤 앞에서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이장규 신부가 고엽제 매립 의혹에 대한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칠곡/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또한 조사결과가 최선의 과학적 지식으로 면밀하게 검토되었다고 보기도 힘들다. 심한 경우 조사결과를 뒤집는 결론을 내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캠프 캐럴에 대한 한·미 공동조사에서는 예전의 조사를 통해 오염되었음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구역의 오염도를 다시 파악하느라 시간과 예산을 소모하는 등 조사의 목적과 전체 범위가 불분명하거나 적절하지 못했다. 
 
매립되었다 하더라도 이후 수십년 동안 분해되어 어차피 지금은 검출되지도 않을 고엽제 성분의 검출 여부와 나중에 다시 파내 기지 외부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엽제 드럼통의 발견 여부 등으로 고엽제 매립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조사방법은 처음부터 부적절했다.
 
게다가 표토보다 더 높은 농도로 수미터 지하에서 발견된 다이옥신은 고엽제의 매립 가능성을 지지하는 증거인데도  단지 농도만을 문제 삼아 매립된 적이 없는 것으로 내린 결론도 부적절했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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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고문헌 1


13일치 뉴스를 보면, 과거 캠프 마켓에서 맹독물질인 폴리클로로비페닐(PCB)을 처리했다는 미군 기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를 사전에 알았더라면 2012년과 2013년 두 번에 걸친 캠프 마켓 조사의 내용과 초점이 달라졌을 것이고 좀 더 진전된 조사결과를 얻게 됐을 것이다.
 
미군기지 오염문제에서도 결국 오염자인 미군이 자료를 적극 공개하거나 우리 정부가 공개를 적극 요구하는 것이 오염 해결의 비용과 시간 등 사회적 자원과 갈등을 최소화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첫걸음이다. 
 
참고문헌
 
 1) 캠프 캐럴 한미 공동조사 최종조사결과보고서, 2012.
 2) 부평 캠프 마켓 주변지역에 대한 1단계 환경기초조사 보고서, 2012.
 3) 녹사평역 유류오염 지하수 확산방지 및 외곽 정화용역보고서, 2015.
 4) 2014년도 캠프 킴 유류오염 지하수 확산방지 및 외곽 정화용역보고서, 2015.
 5) 캠프 캐슬 환경오염조사 및 위해성 평가 보고서, 2013
 6) 주한미군기지이전지원사업단 국회국방위 제출자료, 2011.
 7)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82064.html.
 8) http://ecoi.tistory.com/entry/캠프 캐럴의 오염도 조사결과에 대한 평가의견
 
이동수/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