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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상식 톺아보기 - “오존주의보 발령! 오존층 구멍 정말 걱정이에요”

“오존주의보 발령! 오존층 구멍 정말 걱정이에요”

 
장영기

 

인터넷한겨레, 환경상식 톺아보기  2015. 06. 12

 

불확실성 크기 마련인 예보, 당장 행동에 옮겨야 하는 주의보·경보

오존 오염은 직접 배출 아닌 2차 생성물, 자동차뿐 아니라 가로수도 오염원

 

NISI20130607_0008289853_web.jpg » 10일 6월 상순으로는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한 서울에 올들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됐다. 사진은 서울 시청앞의 대기오염전광판. 사진=뉴시스  

  
주의보는 ‘실황 중계’, 예보와 차원이 달라
 
대학 강의시간에 몇 년 전 텔레비전에서 본 시민 인터뷰 중 2가지를 사례로 활용하곤 한다. 그 중 하나의 인터뷰 내용은 “오존주의보가 내렸잖아요. 오존층에 구멍이 뚫려서 정말 걱정이에요.”이고, 다른 하나는 “미세먼지 주의보 문제가 많아요. 잘 맞지 않잖아요.”이다. 이 인터뷰 내용을 수업 시간에 소개하면서 학생들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아보라고 질문한다.
 
독자들도 무엇이 이상한지 찾아보시기 바란다. 이상한 점을 찾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실망하실 필요는 없다. 생각보다 많은 시민이 이상한 점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더구나 방송에까지 그대로 나온 내용이니까.
 
학생들에게 설명한 정답을 알려 드리자면, 첫째 인터뷰의 내용에서 오존주의보는 지면 가까운 대류권 대도시 공기 중의 오존 농도가 너무 높아져서 발령하는 경보의 한 단계이고, 오존층 구멍은 성층권 특히 남극 상공의 오존 농도가 너무 낮아져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10일 올 들어 처음 서울에서 발령된 오존주의보는 광화학스모그가 심해진 상태를 오존 농도 측정치를 통하여 알려주는 것이다. 오존 구멍은 우리가 할로겐화탄소(염화불화탄소, 할론 등)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성층권 오존이 감소하면서 유해광선 통과가 많아져서 피부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즉 오존주의보는 오존 구멍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도시 광화학스모그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05324774_R_0.jpg » 5월29일 비행기에서 본 서울 상공의 오염띠. 자동차에서 나온 미세먼지와 이른 무더위로 높아진 오존의 합작품이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두 번째 사례에서는 대기오염 예보와 경보를 혼동하고 있다. 예보는 대기오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오염농도를 미리 예측하여 좋음, 보통, 나쁨과 같이 농도 등급을 예보하는 것이다.
 
따라서 예보는 잘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으며 일기예보와 같이 생활 속에서 미리 참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경보는 오염도를 실제로 측정해 그 수준에 따라 주의보와 경보 단계를 발령한다.
 
측정을 통하여 파악하는 오염도의 수준을 전파하는 것이므로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서 주의보 단계 수준은 어린이나 노약자의 외출 자제를 권고하고, 경보 단계 수준은 외출을 금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미세먼지나 오존의 주의보 단계가 발령되면 오염도 실황 중계라고 생각하고 노약자의 외출과 야외 운동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세먼지·오존 예보는 틀릴 수밖에 없다?
 

2.jpg »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가 예보한 12일 오존오염도.


대기오염을 예보하는데 쓰는 대기오염 예측모델은 배출된 오염물질이 어떻게 확산·이동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오염도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대기오염 물질은 배출원에서 직접 배출되는 형태의 1차 오염물질과, 다른 곳에서 배출된 물질이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통하여 만들어지는 2차 오염물질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1차 오염물질 농도는 대기오염 배출량으로 설명할 수 있지만 2차 오염물질에 대해서는 직접 배출량만으로는 오염도를 설명할 수 없다. 즉 자연 상태에서 벌어지는 화학반응을 예측모델에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여러 가지 제약이 있어서 자연현상을 유사하게 설명하는 수준에 멈출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연히 오차가 발생하며 경우에 따라 틀린 예측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오존의 경우는 더 복잡하다. 오존은 대부분 광화학반응에 의하여 생성되는 2차 오염물질이다. 오존 생성의 재료가 되는 전구물질은 질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이며 이들 물질의 배출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더 어렵다.
 
대도시 지역에서는 자동차에서 질산화물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많이 배출된다. 그런데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식물에서도 많이 배출되는데 봄, 여름에 많이 배출되어 오존 생성에 상당 부분 기여한다. 그렇다고 생물적으로 생성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을 줄이자고 대도시 지역 주변 산림을 모두 베어버릴 수도 없는 일이다.

대기질통합예보센터.jpg » 미세먼지와 오존 오염도를 예보하는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모습. 사진=김정수 기자

 
이러한 여러 변수로 인하여 대도시 지역에서 오존오염도 해석과 관리대책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오존이나 미세먼지처럼 2차 오염물질의 비중이 큰 오염물질의 농도를 예측모델로 설명하는 것은 늘 어렵다. 반면 대기오염도를 측정하면 1차와 2차 오염물질이 모두 포함된 오염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정확도가 높은 측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불확실성이 큰 대기오염 예측모델을 사용하여 어려운 예보를 하는 것일까. 물론 미리 오염도를 예측하면 이에 대비하는 노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오염도가 높아지는 원인과 배출원을 파악하고, 이를 줄일 대책을 수립하고 평가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예측모델을 통해 얻는 것이다.
 
따라서 대기질 예보의 정확도에 대한 논란보다는 이를 통하여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대기질 예보는 대기질 경보의 수준을 낮추고 횟수를 줄이는데 활용되어야만 의미가 있고 제값을 하는 셈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