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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 수질

환경상식 톺아보기-4대강 '물그릇 이론' 꼼수와 거짓말 범벅

인터넷한겨레 2015년 2월 9일에 실린 글입니다.

 

4대강 '물그릇 이론' 꼼수와 거짓말 범벅

김정욱 2015. 02. 09
조회수 7067 추천수 0

호수에서 COD 아닌 BOD 재고, 햇빛 안 드는 곳 측정해 "식물 플랑크톤 감소…"속임수"

4대강은 타락한 전문가의 잔치판, 지진예보 잘못한 '이' 학자는 살인죄로 기소됐는데 훈장 받아
 

4대1.jpg » 그림 1: 정부가 대대적으로 선전한 ‘물그릇 이론' 홍보자료. 그림=환경부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물그릇을 키워 물을 깨끗하게 한다는 ‘물그릇 이론’을 내세웠다. 즉 물그릇을 두 배로 키우면 오염은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그림 1 참조).
 
이명박 정부 내내 이 선전에 세뇌된 국민이 많은데 심지어는 그런 환경박사들도 나는 더러 만났다. 예를 들면 신곡수중보를 허물면 수량이 줄어서 한강의 오염이 심해진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멍텅구리의 ‘멍’ 자를 써서 ‘환경멍사’라고 부르겠다.
 
그래서 낙동강은 물그릇을 11배 키웠고 거기다 4조원을 들여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배출량을 95%, 인 배출량을 90% 줄였다고 발표하였다. BOD와 인의 배출량을 줄였다는 것은 하수관을 타고 하수처리장에 들어온 오염을 그만큼 줄였다는 뜻이렷다(점오염원).
 
우리나라에서는 하수처리장에 모으지 못하고 빗물이 땅바닥을 씻어내려 바로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오염이 절반을 좀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비점오염원). 그래서 물그릇 키운 것은 그만두고라도 오염 배출량을 줄인 효과만으로도 오염도는 절반 정도로 뚝 떨어져야 마땅하다.

 

4대2.jpg » 그림 2. 4대강 사업에서 수질개선노력과 성과. ‘물그릇 이론’에 의하면 오염배출량을 90% 이상 줄이고 물그릇을 10배 이상 키웠으면, 수질오염이 1/20 이하로 뚝 떨어져야 하나 실제로는 수질이 더 나빠졌다. 그림=환경부
 
거기다가 물그릇을 키운 만큼 더 떨어져야 하니까, 이명박 정부 주장대로라면, 오염도는 1/20 정도로 팍팍 떨어져야 한다(그림 2 참조).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형편없이 더러워진 강 꼬락서니를 본 사람들은 다 욕을 퍼붓고 있다. 녹조가 걸쭉하게 강을 뒤덮었고 물고기들은 죽고 큰빗이끼벌레라는 흉물스런 생물체가 좍 깔려 근처에 가기도 싫어하고 보기도 싫어한다.  
 
그러나 이번에 4대강 사업에 큰 책임이 있는 국무조정실에서 ‘조정’한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이 수질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 결과, 4대강 사업으로 한강과 낙동강, 금강은 대체로 BOD와 식물 플랑크톤이 감소하였으나, 낙동강 상류지역 4개 보 구간에서는 BOD가 증가했고, 영산강은 식물 플랑크톤이 늘었습니다.”라고 한마디로 결론지었다.

 

4대8.jpg » 4대강 사업에 대해 이른바 '중립 전문가'들이 참여한 국무조정실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지난해 12월23일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소영 기자

 
물을 획기적으로 깨끗하게 해주겠다면서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나랏돈을 끌어가서는 이 정도의 결과 밖에 얻지 못했다면, 이것이 바로 나라를 팔아먹은 범죄행위가 아닌지 독자님들이 냉철하게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그런데 ‘대체로 BOD와 식물 플랑크톤이 감소’했다면서 수질이 좋아진 듯이 암시를 한 위의 결론이 진실인가?
 
먼저 BOD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흐르는 강에서는 교란이 있기 때문에 고형물들이 떠 있는데 반하여 물이 흐르지 않는 호수에서는 가라앉는다.
 
낙동강이나 금강의 중류같이 흐린 물은 BOD가 물이 녹아 있기보다는 떠 있는 고형물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많다. 그래서 댐을 쌓으면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에 오염 배출량을 줄이지 않아도 BOD가 줄어든다.
 
호수를 크게 만들면 크게 만들수록 BOD가 침전이 더 잘 이루어져서 더 많이 줄어든다. 그러나 가라앉은 BOD는 썩으면서 오염을 방출하는데 이 오염은 BOD로는 측정이 안 되고 COD(화학적 산소요구량)로 측정되는 것이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환경기준도 호수에서는 BOD가 아니라 COD로 가늠한다. 오염배출량을 줄이는데 4조원을 들였다고 하니까 정확히 얼마인지는 몰라도 줄이기는 줄였을 터인데, 그런데도 그림 2에서 보듯이 사업 후에 COD가 더 올라갔다는 것은 4대강 바닥에서 부패가 많이 일어나서 물이 더 나빠졌다는 증거이다.

 

4대9.jpg » 2009년 경북 상주 중동교 하류의 낙동강변은 그림처럼 아름다왔다. 사진=박용훈

 

4대9-1.jpg » 2012년 호수로 바뀐 같은 지점의 낙동강. 사진=박용훈  
 
여기서 BOD와 COD의 차이에 대해서 설명을 간단히 하고 넘어가겠다. BOD는 생물들이 유기물 오염물질을 분해하는데 소모하는 산소의 양을 나타내고, COD는 BOD에다 더 보태서 생물들이 분해하기 어려운 오염물질까지도 포함하여 측정된다.
 
가정하수와 같이 단순한 오염은 BOD와 COD의 값이 거의 같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정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70년대와 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하천에서 두 수치는 거의 비슷하였다.
 
그래서 초기에는 환경기준과 배출허용기준에서 BOD와 COD의 기준은 같이 설정되어 있었다. 북한의 하천은 아직도 두 수치가 비슷하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COD 값이 BOD 값보다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댐에서 두드러진다.
 
상수원인 팔당댐이나 대청댐에서는 COD가 BOD의 거의 4배에 육박할 정도로 올라갔다. 그러면 두 수치 중에 무엇이 오염을 더 잘 나타내는가?
 
보통 하천에서는 특별히 화학물질 오염이 없으면 두 수치가 비슷하고 BOD를 지표로 쓴다. 이것이 수중생물의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산소를 소모하는데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수에서는 두 수치에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에는 당연히 COD가 오염의 정도를 더 잘 나타낸다. 예를 들면, 2011년 팔당댐의 BOD가 1.1 ppm이었는데 소양댐의 BOD는 1.3 ppm이었고 COD는 팔당댐이 3.9 ppm인데 소양댐은 2.2 ppm이었다.
 
어느 물이 더 깨끗한 물이고 어느 물이 더 오염된 물인가? BOD를 기준으로 소양댐이 더 오염되었다고 한다면 수긍할 국민이 없을 것이다. 당연히 COD에 나타난 대로 소양댐 물이 더 깨끗하고 팔당댐 물이 더 오염된 물이다.
 
그래서 호수의 환경기준은 COD로 나타낸다. 그리고 BOD와 COD에 큰 차이가 날 때에는 COD가 오염의 지표가 되어야 마땅하다. 오염배출량을 그렇게 많이 줄였는데도 강을 흐르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COD가 올라갔는데 COD는 말 안하고 BOD로 수질을 말한다는 것은 속임수이다.

 

04784574_R_0.jpg » 2013년 여름 조류경보가 내려진 낙동강 창녕함안보 하류의 경남 창원 의창구 동읍 본포취수장 앞에 1일 오전 녹조 띠가 넓게 퍼져 있다. 조류 유입을 막기 위해 취수구 주변에 조류 차단막이 설치되고 물을 뿌리고 있다. 창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다음에 ‘식물 플랑크톤이 감소했다’는 발표에 대해서 짚어보겠다. ‘녹조가 감소했다’라고 말했으면 언론을 통해서 ‘녹조 라테’를 보아온 모든 국민이 코웃음을 쳤을 테지만 ‘식물 플랑크톤이 감소했다’라고 말함으로써 일반인들의 판단을 흐려놓았다.
 
호수에 사는 식물 플랑크톤은 대개 네 종류로 나눈다. 바닥의 돌 위에 미끈미끈하게 붙어사는 부착조류, 추위를 잘 견뎌 겨울에도 잘 발견되는 갈색을 띠는 갈조류, 짙은 녹색을 띠는 녹조류, 그리고 알갱이가 미세하고 약간 푸른빛을 띠기도 하는 남조류가 있다(그림3 참조).
 
남조류는 박테리아와 비슷한 특징이 많아 시안 박테리아(cyano bacteria)라고도 불린다. 즉, 식물 플랑크톤이 다른 말로 하면 조류이고, 조류가 번성하면 통상 ‘녹조(algal bloom)’가 일어났다고 일컫는다.

 

4대0.jpg » 각종 조류의 모습. 위 왼쪽부터 남조류, 녹조류, 갈조류, 부착조류.
 
위 그림에서 보듯이 부착조류를 빼고는 모두 햇빛이 드는 물 위에 떠서 살다가 죽으면 바닥에 가라앉는다. 그러나 환경부는 호수의 수질을 통상 수심 1m 이상 깊은 데 물을 떠서 측정하는데, 4대강은 탁해져서 거기는 햇빛도 들지 않고 햇빛이 없으면 조류도 살 수 없는 곳이다.
 
모든 국민이 ‘녹조 라테’를 봤지만 정부는 조류가 살 수 없는 곳에서 조류를 측정했고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식물 플랑크톤이 감소했다고 발표를 한 것이다.
 
04784547_R_0.jpg » '녹조 라떼'라는 비아냥을 낳은 낙동강의 심한 녹조 현상. 2013년 8월 조류경보가 내려진 낙동강 창녕함안보 하류의 경남 창원 의창구 동읍 본포취수장 앞 본포교 아래에 1일 오전 녹색 페인트를 뿌린 듯 녹조가 넓게 퍼져 있다. 창원/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4대강에서는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남조류가 더는 발생할 수 없을 정도로 대량 발생했고, 혹 강가에는 떡 같이 엉겨 붙은 녹조류도 많이 있었다. 남조류는 독성이 강해서 가축들이 이 물을 마시고는 쓰러져 죽었다는 기록이 많이 나온다.
 
국민이 제대로 대접받는 나라에서는 식수원에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남조류가 번성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4대강의 댐들을 얼른 다 터서 물이 흐르도록 했을 것이다.
 
유럽연합은 물관리 기본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 제4조에 따라 인공적으로 변형된 하천을 자연 상태에 가깝게 복원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미국은 깨끗한 물법(Clean Water Act) 제404조에 따라 4대강 사업과 같이 댐 짓고 강바닥 파내는 등의 모든 인공적인 공사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1000여개에 이르는 댐을 해체하였고, 유럽도 그런 추세로 나가고 있다.
 
03737724_R_0.JPG » 세계적인 하천학 석학들은 4대강 사업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마티어스 콘돌프 미국 버클리대 지형학 교수 교수가 지난 27일 낙동강 상류 지역인 경북 상주시 경천대관광단지에 올라 4대강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그는 “4대강 사업은 미국이나 유럽의 범주에서 보면 복원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타락한 전문가들이 판을 치고 있다. 4대강 찬동인사 명단에서 S(스페셜)급 인사 10명 중 6명이 전문가들이었고, 전체 258명 가운데서도 전문가들이 64명이나 들어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애초에 이 사업의 추진이 가능하도록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만들어 주었고 재판과정에서는 물이 더 깨끗해지고 조류가 줄어든다는 등 엉터리 증언을 하여 이명박 정부가 승소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수시로 언론에 등장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리하여 22조원을 빼돌려 엉터리 사업을 벌이고 물이 더 나빠지도록 만들었다.
 
법이 제대로 살아있는 나라에서는 부분적인 진실만 말하거나 학문을 왜곡하여 사회에 해를 끼치는 전문가들을 법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얼마 전에 이탈리아에서는 지진 예측을 잘못하여 국가에 큰 피해를 끼친 전문가들에게 1심 재판부가 살인죄를 적용하여 7년형을 선고한 적이 있다. 이들이 돈을 받고 엉터리 예측을 한 것이 아니라 연구를 게을리하여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엉터리 학자들이 처벌은커녕 오히려 다들 상을 받았는데, 하루속히 나라가 기강을 바로 세우게 되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