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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지

환경과 공해연구회 소식지 2011년 4월호

논단

구제역과 환경 문제

 

 

환경학교장/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은주

 

 

한동안 잠잠해지던 구제역이 지난 4월 16일 영천에서 다시 발생하였다. 또한 5일간 3건이 더 발생했는데 모두 초기 발생지역 인근 3 km 지역 내 농장에서 발생해서 구제역에 대한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

들녘 바람이 찬 지난 1월 12일 늦은 오후 경기도 한 지자체의 구제역 피해 가축 매몰지의 악취 방지를 위한 미생물 적용 현장에 서 있었다. 정성껏 키웠던 120여 마리의 한우가 묻힌 매몰지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혹시 구제역 확산을 막고 이로 인한 환경문제의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일까?

 

지난 해 11월 28일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큰 시련이 가축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토와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었다. 구제역

 

확산에 따른 피해 규모가 2011년 2월 중순 현재 최소 3조원 이상으로 추계되는 가운데 피해 농가 보상 이외에도 육가공 업체 등 소·돼지 관련 업체 피해 및 지역경제 위축 등을 포함하면 피해규모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더욱 걱정인 것은 340만 마리가 넘는 대규모 구제역 살 처분 및 매몰지에 따른 2·3차 환경오염이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새로운 걱정거리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수 백 마리의 소와 돼지의 사체 부패과정에서 발생할 악취, 부패된 액체가 침출수와 지하수를 타고 마을 주변 우물과 수도권 식수원인 한강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정말 우려된다.

구제역이란 무엇일까? 구제역은 영어로 Foot and Mouth Disease라 부르며 주로 소, 돼지, 염소 등 발굽이 2개로 갈라진 동물에 발생한다. 독감 같이 바이러스에 의한 병이기 때문에 직·간접 접촉에 의해서 전파가 빨라 급속히 확산되는 특징이 있다. 포말성 침을 많이 흘리며, 발굽에 수포가 형성되고 괴사가 진행되는데 주사기로 체액을 뽑으면 바이러스 함유율이 높아 15분 내에 음성·양성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럼 구제역의 확산 방지의 대안은 있는 것일까? 궁극적인 답은 가축을 자연과 조화롭게 키우는 것이다. 가축들도 밀도를 높여서 가두어 놓고 공장형 축산 방식으로 키우면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쉽게 걸린다. 따라서 가축들을 축사가 아닌 들판에서 자연스럽게 풀을 먹이며 키우면 면역력이 높아져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또한 국내외적으로 유용한 미생물을 활용해서 구제역 확산 방지 및 2차 환경오염을 해결한 사례들이 있다.

 

이것은 바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강한 산성이나 강한 염기성에 약한 특성을 역이용한 것이다. 즉, 구제역 바이러스는 산성도(pH) 5이하 또는 11 이상에서 활성이 급속히 떨어진다. 현재 소독약으로 사용하는 생석회는 pH 11정도이며 발효한 유용미생물은 pH 3.5이하이다. 따라서 유용미생물은 구제역과 맞을 수 있는 좋은 대안이며 가축에게 먹이면 유산균에 의해 면역력까지 높아지니 일석이조이다.

또한 광합성미생물은 항균, 항바이러스 작용이 있고 악취물질을 저감시켜 주기 때문에 전국에 산재한 구제역 매몰지에 적절하게 적용하면 대규모 구제역 살 처분 및 매몰지에 따른 2·3차 환경오염, 즉 악취와 유해균 억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경기도 한 지자체에서 5곳 매몰지에 유용미생물을 환기구를 통해서 적용해 본 결과 현재까지 악취 수준은 미생물을 사용하지 않은 매몰지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지난 해 미야자키 현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가축사체 매몰지에 유용미생물을 넣어 악취가 사라졌으며 사체에서 나오는 체액이나 가스 발생도 멎었다고 보고가 되었다.

 

전국에 있는 구제역 가축 매몰지 사후 환경관리는 너무나 시급한 과제이다. 구제역 처리에 따른 환경오염에 대한 해결 열쇠도 자연 속에 숨겨져 있다. 우리는 그 자연의 원리를 겸손하게 깨닫고 주어진 자연의 원리를 보다 잘 실천할 의무가 있다. 유용미생물 속의 광합성미생물은 인간보다 훨씬 전에 지구상에 나타나 보이지 않게 매일 24시간 자연을 정화하고 여러모로 인간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그냥 매몰을 할 것만 아니라 유기 자원의 재활용과 침출수 오염 감소라는 측면에서 보다 친환경적인 가축 처리 방안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