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료실/ 생태

새만금운동의 평가와 향후 전망


새만금운동의 평가와 향후 전망

명호, 장지영
(생태지평 연구소 연구원) 


1. 새만금 운동의 총평가
우리 시대의 생명과 환경의 가치를 대변해 온 새만금갯벌 보전운동은 다양한
활동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전망을 전라북도와 함께 나누지 못해 결국
방조제 물막이 공사 완료라는 가장 우려하던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새만금 문제를 둘러싼 논쟁과 대립은 이미 10여년을 훨씬 넘어섰다. 새만금은
우리사회의 환경문제를 대표하는 국가적인 사안이며 21세기 새로운 생명가치의
지렛대가 되었다. 왜 많은 국민들이 새만금에 관심을 갖고 있는가? 이는 단순히
특정지역의 갯벌보전이라는 현상을 뛰어 넘는 새만금을 통해 우리사회가 새로운
생명가치 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하는가에 대한 관심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한국사회의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 문제가 응축되어 있는
총체적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들도 이 사안에 대해서는 환경단체
입장에 공감하는 정도가 매우 높은 반면, 정작 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전라북도에서는 공감도가 매우 낮다. 이는 보전이냐, 개발이냐는 단순 이분법으로
새만금 문제를 해석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특히 15년 동안
계속되어 온 간척사업 중 무려 10여년에 걸쳐 진행되어 온 갈등과 대립은 그
세월만큼 다양하고 치열함을 보여주고 있다. 자연 생태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논리, 민관공동의 조사와 논쟁, 성직자들의 감동적인 살신성인의 삼보일배,
지역의 역사적인 정치․경제 소외의 왜곡 현상 등 수많은 사회적 현상이
새롭게 출현하고 사회적 과제와 의제가 생성되었다. 보전과 개발논리 이상의
사회적 화두로서 의미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언론 등 대외적으로는 이런
새만금의 다양한 의미가 부각되지는 못했다. 결국 단순 이분법적 논리에 의해
환경단체와 전라북도 사이에 생각의 차이와 갈등은 더욱 커져만 갔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새만금 문제에 있어서 새로운 상생의 대안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물론 긴 운동기간 동안 새만금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기회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1998년 2월 김대중 국민의 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에서 3대 부실
국책사업에 새만금 간척사업이 선정된 것이나, 같은 해 9월 감사원의 새만금
특별감사 결과발표 시기, 1999년에서 2000년에 걸친 대형국책사업에 있어
처음으로 구성된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 활동시기, 2001년 시화호 해수유통
결정과 5월 새만금 강행결정 당시의 상황, 그리고 2003년 온 국민을 마음으로
움직였던 종교인들의 삼보일배에 이어지는 2005년 새만금 행정소송 1심 판결까지
되돌아보면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있었다. 각각의 시기에 운동주체들의 판단과
행동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라도 우리는 이런 소중한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해
정치적인 국가정책 결정과정만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런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운동주체 내부의 역량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 간의 운동 결실이었던 2005년 2월 새만금 행정소송 1심 판결
기회를 놓친 것은 가장 큰 손실이었다고 생각한다. 1심 판결 시기부터 2심 판결
전까지 당시 상황으로는 새만금 문제의 주도권이 환경운동진영에 있었고, 정부와
전라북도를 설득시킬 수 있는 사회적 명분이 온전히 환경단체에 있었다. 하지만
1심 판결이후 환경운동진영은 매우 고무된 반향을 보였지만 그 뒤로 새만금
보전운동을 위한 활동을 거의 또는 전혀 하지 못한 채, 결국 4년 이상 진행되어
온 새만금 재판은 결국 대법원이 11:2 라는 원고 상고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사법적 판결로 전체 새만금의 운명은 결정되고 말았다.

그 간의 새만금운동은 갯벌과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인식을 한 차원
높여왔고, 기나긴 시간동안 새만금 운동이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 심지어 각종
시민환경사회단체 활동에 미친 영향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운동의 궁극적인 1단계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방조제 공사 저지는 실패했다.

하지만 여전히 새만금 문제를 실패로만 정의하고 매듭짓기는 쉽지 않다. 새만금을
통해 한국사회는 자연 생태적 가치와 생명가치를 이해하는 상생과 공존의 방법을
체득해 가는 중요한 계기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새만금 간척사업이
정당하다고 판단하는 사회적 기류는 거의 없음에도 새만금 간척사업은 중단되지
않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사회현상이 비단 새만금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새만금은 이 이율배반적인 사회현상과 결정과정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과제를 우리 모두에게 던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새만금에 대한 새로운 화두와 사회적 과제가 또 다시 우리에게
주어져 있고, 현실에 자포자기 하기엔 새만금에서 벌어질 재앙이 우리 눈앞에
바로 다가와 있다.

2.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이후
새만금 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를 앞두고 환경단체와 종교계, 그리고
지역어민들은 모두 한결같은 마음이었다. 바로 ‘방조제 공사의 중단’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새만금 방조제 완공이 ‘상생의
대안 모색’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새만금 갯벌 생태계에 있어 내해와
외해의 물리적 단절이 가지는 의미가 너무도 결정적이기 때문에 환경단체들은
자연 해수유통만이 새만금 대안 모색의 전제조건임을 분명히 해온 것이었다.  

결국 2006년 4월 21일 새만금 방조제 최종 물막이 공사는 완결되었고, 이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새만금의 환경변화는 환경단체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예측한
것보다 더 빨리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와 한국농촌공사는 방조제 내측
환경변화는 방조제 공사로 인해 당연히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 2006. 농림부
보도자료. [새만금방조제 연결이후 환경변화 및 대책]. 일부 갯벌노출 및
조개폐사, 이는 간척과정의 불가피한 현상. 급격한 환경변화 최소화 및
친환경간척을 위한 장·단기 대책추진. 2006. 5. 26
이기 때문에 걱정한 것이 전혀 없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새만금 일대에서 발생하는 환경변화는 방조제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 치부하기에는 너무 빠르고, 광범위하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불러올 재앙의 시작이며,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두려운 것이다. 

방조제 물막이 공사 이후 나타나는 현상은 지역 환경변화에 대한 우려뿐만이
아니다.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하여 동상이몽 상태로 출발한 정부(농림부)와
전라북도 간의 이견이 표출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여전히 농지조성임을 주장하는 정부는 여전히 곤혹스러운
상태이다. 국토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새만금 내부 토지이용계획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연기되었고, 올 6월로 예정되어 있던 결과발표는 또 다시 연말로
연기되어 전라북도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법원 최종판결까지 거친 새만금 재판
과정에서 오로지 농지만을 주장해온 정부로서는 전라북도가 아무리 압박한다
하더라도 새만금 간척지의 새로운 토지이용계획을 결정하기에는 근거마련부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반면 전라북도는 [새만금 특별법] 제정을 국회와 중앙 정부에 요구하며, 이를
통한 새만금사업에 대한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간척지 용도변경을 공식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2006. 전북일보. [전북도 새만금 특별법 제정 용역 의뢰. 전발연
8월 31일 최종 보고] 2006. 6. 8. 
 
물론 현재 정확한 내부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농림부가 ‘농지위주의
개발원칙’을 고집하며 특별법 제정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는 것과 다르게 범정부차원에서 전라북도에서 주장하는 ‘특별법 제정의
수용 및 국토연구원의 [새만금 내부 토지이용계획 연구]의 반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만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지역 공동체는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추가 보상에 대한 기대와 함께 삶의 터전이었던 새만금
갯벌이 급격히 변해가는 상황을  한숨으로 지켜보고 있다. 

3. 우리는 새만금에서 무엇을 배울까?
얼마 전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 이후, 그간의 새만금 갯벌 보전 운동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였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사업
입안 단계에서부터 국가적으로 논란이 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사업의
초기 결정 단계에 대한 근거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누가, 어느 회의에서
새만금 간척사업 추진을 최종 결정하였는지에 대한 기본 자료조차 없는
실정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처럼 대규모 환경문제를 둘러 싼 사회적 갈등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수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정치적 이유로 시작되는 개발계획,
형식적인 경제적 타당성 평가, 부실한 환경영향평가, 추진될 사업이 주민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정보 자체의 제한, 형식적 의사 수렴, 근거 없는 정책결정과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정책결정과정의 폐쇄성, 국가정책의 기록문화 부재 및
비공개, 국민세금 낭비, 사후 평가 및 정책 개선 노력 부재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또한 이러한 일반적 문제점 이외에 ‘자연환경보전’과 ‘지역발전’의 상반된
이분법적 사고가 존재한다. 그동안 새만금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접근은
환경단체와 정부, 지자체를 막론하고 단순히 ‘환경문제와 세금 낭비’의 문제로
접근하였다. 이 관점에서 ‘새만금 사업의 지속 혹은 중단’의 주장이 큰
논쟁점이었다. 오히려 중요하게 살펴보아야 했을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친환경적 대안 모색은 논쟁의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그런 점에서 새만금 보전 운동진영에 대한 활동 평가도 새롭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기존 활동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향후 환경운동의
새로운 활동과 내용 생산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새만금 문제를
이해하는 환경운동 진영의 철학과 대처방식, 주요한 시기별 운동 목표의 적절성
및 주체 형성 과정에 대한 이해, 대안 모색의 적절성, 사법부를 통한 새만금
문제의 해법 모색, 전문가의 사회적 역할과 학문적 중립성 등등에 대해 전 과정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환경운동의 새로운
전망과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장 운동을 둘러 싼 평가와 논쟁이
부재하고, 담론의 정립 노력이 부재한 한국 사회 환경운동에 새로운 계기와
환경단체 및 지역주민을 포함한 여러 진영의 새로운 역할 찾기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4. 새만금 운동의 향후 방향
이제 1단계 운동을 정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이 시작은
철저히 다른 시각과 노력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방조제 공사 완공은 ‘새만금 갯벌을
보전하고자 노력한 환경운동의 실패’이자 ‘새로운 보전운동으로의 전환기’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새만금 보전 운동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새만금이라는 이름의 연안 습지 보전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확산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또한 우리 사회는 이 과정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의 필요성과
생명의 다양성과 중요성을 배워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적 보전운동 조차 새만금 문제의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와
함께하지 못한 한계 속에서 실패하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지역 간 불균형
발전에서 경제적 개발의 염원을 새만금으로 투영할 수밖에 없었던 지역주민의
정서적 요구를 이해함에도 대안으로 만들지 못한 역량의 한계와 인식의 부족은
실패의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제까지의 보전운동은 한 단계를 넘어
새로운 전환기에 맞는 새로운 방식과 내용의 운동이 필요하다.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와 대응뿐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총체적인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대안 담론 및 대안 정책의 제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만드는 운동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물론 어려운 길임에는 분명하다.  
그렇기에 상황은 최악으로 변하고 있지만 환경운동진영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 새만금의 시작과 현재 상황에 이르기까지의 역사 정리와 관련 책임자들의
공과의 가감 없는 역사적 기록도 중요하다. 또한 새만금 환경모니터링을 바탕으로
이후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철저한 기록과 분석을 통해 새로운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새만금 환경모니터링은 방조제 내·외측 수질변화와 저서생물 변화,
지질변화, 지역주민과 지역경제 변화 등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되었다. 이를 통해
새롭게 새만금 복원을 위한 대안 모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의 활동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또한 새만금 특별법 등 이후의 새만금을 둘러 싼 다양한
개발 시도에 대한 대처와 함께 전라북도와의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도 필요할
것이다. 물론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터전에서 삶의 기반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이름 없는 지역주민의 삶에 대한 문제도 빼 놓을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활동과 함께, 중요한 것은 우리안의 성찰이다. 새만금이
가능하였던 이유를 새롭게 분석하고 환경운동진영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반성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우리는 또 다른 새만금을 만나서 새만금이라는
이름만 남은 운동을 펼치고 또 다시 후회할 것이기 때문이다.